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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1살 암컷 고양이 유선종양 발견 그리고 수술

by so_yammy 2020. 8. 26.

 

2020년 올해로 11살 된 우리 애기(이름이 애기임..ㅎ)


⎢유선종양을 처음 발견하게 된 계기

 

엄마가 애기를 안아서 배를 자주 만져주는 편인데 어느날 엄마가 카톡으로 애기 젖꼭지 중 하나가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그냥 젖꼭지 부분을 너무 많이 핥아서 그런 거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져보니까 콩알만 한 멍울 같은 게 오른쪽 맨 마지막 젖꼭지에서 만져졌다

 

이럴 때는 바로 네이버 지식인....

지식인에 고양이 멍울 뭐 이런 식으로 검색하니까 역시나 줄줄줄 다양한 지식들이 떴는데 지방종이다, 유선종양이다 등 다양한 말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걱정되었던 말은 암컷 고양이에게 멍울이 만져질 경우 유선종양일 확률이 대부분이고 그중 80% 이상이 악성일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애기 젖꼭지 멍울은 엄청 작아서 설마.. 유선종양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역시 병원 가는 게 제일 정확하겠다 싶어서 주말에 얼른 병원 예약을 해줬다

 

 

 

병원 가는 거 진짜 싫어하는 거 아는데ㅠㅠ그래도 진짜 큰 병이면 어쩌나 싶어서 간식으로 꼬드겨서 케이지에 넣고 병원으로 출발

가는 내내 어찌나 울어대던지 마음이 너무 아팠음.. 발에 땀도 흥건히 났다 우리애기

 

병원은 중성화 수술도 하고 자주 가던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셔서 믿고 가는 곳

 

가는 내내 엉엉 울어대던 것과는 달리 의사 선생님이 배를 만지니까 꼼짝 못 하고 얌전

세상 얌전한 모습에 병원에선 우리 애기 보고 천사라고함ㅋㅋㅋㅋ(집에선 아니에요!)

 

어쨌든! 선생님이 멍울을 만져보시고는 아주 작기 때문에 아직 종양이라고 확정 짓기는 이르고 일단 일주일치 약을 먹어보고 사라지는지 안 사라지는지 지켜보자고 하셨다

 

일주일치 약을 받아 들고 제발 멍울 사라져 주길 바라는 맘으로 일주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약 먹이며 온 신경을 애기한테 쏟았더랬다.

 

 

 

 

그러나 일주일 후 약을 다 먹었는데도 멍울은 그.대.로....

 

다시 병원에 가봤지만 의사 선생님은 애기가 나이도 있고 수술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멍울이 커지지 않도록 지켜보다가 커지면 다시 병원에 내원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지식인과 카페를 찾아봐도 놓이지 않던 마음이 의사 선생님 한마디에 순간 놓였다.

 

 


⎢유선종양 수술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

 

병원에 다녀온 지 한 달 반 정도 애기 젖꼭지를 매일같이 만졌는데 내 착각인 건지 뭔지 뭔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일에도 집중하기 힘들고 걱정되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애기의 멍울이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떼어서 연구소에 맡겨봐야 알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기가 나이가 있는 편이고 아직 멍울이 작기도 하고 수술할 때의 스트레스까지 감안해서 수술을 할지 안 할지는 보호자의 선택이라는 말을 하셨다.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할 거라고 멍울이 작기 때문에 그 부분만 떼어내주면 될 거라고 하셨다.

고민해보고 전화로 수술 날짜 잡아주면 바로 수술 진행하겠다고 하셔서 무거운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약 이틀 정도 고민을 해봤는데(너무 짧게 고민했나?) 역시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나가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고 나중에 너무 커져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돼버리면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애기한테도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결심했다.

 

"유선종양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수술하는 게 좋다던데? " 하는 카페글을 정말 많이 봤는데도 불구하고 원래 가던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전문병원을 안 찾아본 건 아니다. 멀리 까지 가면 애기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질 수도 있어 집 근처로 유선종양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봤는데 후기에서 보기를 작은 것도 유선 전체를 들어내 대수술이 되어버리고 수술비도 많이 나온다, 대형병원이라 바빠서 그런지 신경을 많이 못써주고 친절하지 않다 등의 후기들을 보고 굳이 큰 수술을 잘 알지도 못하는 병원에서 하느니 애기가 자주 보던 의사 선생님께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수술비용 측면에서도 원래 다니던 병원은 정말 저렴한 편이라 굳이 전문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다.

 

이렇게 멍울을 발견한 지 약 두 달 만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

 


⎢유선종양 수술 그리고 후기

 

간단한 검사 후에 수술을 하기로 했고 마취하고 수술하는 김에 스케일링도 같이 해주기로 했다

수술비용+연구소 의뢰 비용+스케일링+흉부 엑스레이까지 해서 70만 원 정도였다.(추가로 병원에서 파는 영양제랑 사료 사서 더 쓰긴 했음..ㅎㅎ)

 

일단 검사를 하는 동안 잠깐 기다렸는데 애기가 약간의 심부전이 보인다고 수분섭취량이 너무너무너무 부족하다고 하셨다....

원래 물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병원 가기 전에 거의 물을 안 먹긴 했다.. 하루정도.. 그것 때문일까?ㅠㅠㅠㅠ

 

그래서 수술은 30분~1시간이면 끝나는데 수술 끝나고 수액을 조금 오래 맞춰주셨다. 나는 그동안 밥 먹고 카페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 데리러 간 애기는 마취가 덜 풀려서 비몽사몽

수술부위를 핥을 수 있어서 옷도 사 입히고 넥 카라도 해서 얼른 집에 데려왔다

 

 

수액을 많이 맞아서 집에 가자마자 화장실에 넣어주라고 하셨는데 막상 화장실 넣어주니까 일은 안 보고 자꾸 돌아다녔다.

마취가 덜 풀려서 아픔을 아직 못 느끼는 건가... 비몽사몽 하면서도 엄마품에 안기려고 하는 애기

결국 안겨있다가 거실에서 쉬야를 해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아주 오래오래 줄줄 줄.....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안쓰러운데 귀엽고 웃겼음...

 

 

 

수술 때문에 종일 굶었을 애기, 배고플까 얼른 츄르 하나 까서 줬더니 눈물을 줄줄줄 흘리면서 먹었다.

다른 것도 더 먹이려니까 또 안 먹음..

 

 

 

 

마취가 풀려 아픈지 다음날 아침부터 저렇게 망부석처럼 앉아서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먹었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다만 일단 두고 물을 너무 안 먹으면 주사기를 사서 입을 벌려 넣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바로 주사기 사서 입에 넣어보려고 시도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절대 싫다고 버둥대길래 내버려두고

넥 카라가 너무 불편해서 그런가 보다 해서 어차피 옷 입혔으면 넥 카라는 벗겨줘도 된다는 말에 일단 넥 카라를 벗겨주었다.

 

 

 

 

이틀이 지나니까 좀 움직이고 물도 마시고 밥도 조금씩 먹었다

이불에 망부석처럼 앉아있어서 코밑에 물 가져다주면 물도 챱챱 먹었음

 

그 이후로 실밥 풀기 전 2주 동안 밥도 잘 묵고 화장실도 잘 가고ㅎㅎ

11살짜리 회복력ㅎㅎ 아주 좋아 뿌듯 헤헤

 

 

 

 

수술 2주 후에 실밥을 푸르러 갔는데 얘가 옷 위로 핥았는지 실밥이 털이랑 뭉쳐서 눅눅... 해져있었다.

결국 실밥만 뽑아내고 옷은 다시 입히고 집에 와서 넥 카라 생활을 약 2일 정도 더 한 다음에야 해방되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애기!

 

 

⎢떼어낸 종양은 악성? 양성?

 

떼어낸 종양은 악성이었다.

악성에는 총 4단계가 있는데 애기는 불행 중 다행인지 1단계, 가장 낮은 단계였다. 멍울이 작고 빨리 발견해서 떼어낸 게 다행이었다.

 

검사 결과는 병원에서 메일로 보내줘서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악성은 전이가 된다고도 하는데 애기는 떼어낸 젖꼭지 멍울 외에는 다른 곳에 전이가 된 것은 전혀 없었고,

전이가 가장 빨리되는 게 폐이기 때문에 3개월 후에 전이 유무를 보러 다시 병원에 내원하면 될 거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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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5개월째 전이

 

3월 말에 수술을 하고 7월 초에 전이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전이 없음!

아주 깨끗하다는 확인을 받았다.

지금은 너무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싸는 중ㅎ

그래도 악성이었고 나이도 있으니 또 다른 멍울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배는 매일매일 만져주는 중이다.

 

악성 유선종양이 생긴 고양이는 길어야 2년을 더 산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 애기로는 몇 년은 끄떡없이 내 옆을 지켜줄 것 같다.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같이 오래오래 살았으면!

 

고양이 유선종양을 검색하다 여기까지 들어온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마무리는 제일 좋아하는 템테이션 간식 먹는 우리 애기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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